쓰레기 20% 된 날



쓰레기에는 쓸 얘기가 너무 많아서 정말 사연 없는 "쓸애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쓰레기를 관찰했는데요. 그냥 관찰하는 건 점점 재미가 없어져서 사건 현장에 나와 있는 남도일에 빙의해 쓰레기 분석을 하는 놀이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쓰레기 박스가 햇반 박스이고 안에는 플라스틱 배달 용기가 비닐에 묶여 들어있었다면, 이 쓰레기를 버린 사람은 햇반이 다 떨어져서 배달을 시켜먹다가, 최근에 햇반 배송을 받아서 햇반을 어디에 정리하고 그동안 먹은 용기들을 한 번에 버린 건 아닐까….

쓰레기 추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몬스터 화이트로 꽉 찬 비닐봉투'가 제일 기억에 남는 쓰레기 입니다. 제가 사는 정문 근처 자취방은 공대생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데요. 저는 개발자 동아리를 했어서 그들의 삶이 어떤지 아주 살짝 알고 있는데 어떤 엄청난 과제를 해야 저만큼의 몬스터를 먹는걸까, 누가 밤샘으로 갈려 나간걸까 하며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쓰레기는 가려보려고 해도 가려지지 않아